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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도루묵에 대한 예의시(詩)/서봉교 2019. 2. 9. 12:01
점심 댓바람부터 바람을 잡던 여직원은
무신 날 푸대로 그것도 만원에 샀다고 난리 길래
잔뜩 기대를 하고 찾는 구내식당의 도루묵찌개
그저 태평양은 바다도 아니고
중눔 마빡 씻은 물은 할아부지라고
식사하는 직원들마다 움찔 움찔하는데
냉장고 구석의 이슬님을 꺼내서
몇 순배 돌리려는데 너두 나두 외면이다
굳이 예의를 지키라고
한 잔은 해야 한다고 다그쳤지만
돌아오는 싸늘한 냉기
살 없는 도루묵은 알이 없어서
할복도 못하고 탕속으로 깊이
잠수를 하는데
찌개 맛이 없는 것은 네 탓이 아니라고
굳이 변명하기도 미안해서
그에게 예의를 지키려고
낮술로 세잔
연거푸 들이켰다.
(그림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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