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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목욕탕에서시(詩)/서봉교 2016. 5. 19. 02:51
그 곳에서는 부끄럽지 않단 말이야
가식을 훌훌 벗고
한 치 아니면 세치들이 자존심을 앞세워
아랫배에 힘을 주고 들어서면
겸손한 물들은 알아서 드러눕고
세상을 다 만져 본 듯한 거북이 등가죽 같은 손바닥으로
욕심을 밀고 육신을 밀고
거품처럼 빠져 나가는 제 살점의 일부
그랬을 거야 그도 그 옛날
가마솥에 물을 데워 고무 함태기에서 등을 밀어주던 어머니를
뜨거운 탕 속에 엎드려 발장난을 하며
떠 올릴 거야
시방 잠시 떠 올릴 거야
벗고 살던 시대에는 욕심도 근심도 없었다는데
아직 세상이 이 만큼 유지되는 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 목욕탕에서
옷을 벗어주는 사람들 염원 때문이라는 데
아 시원하다
참 시원하다.
(그림 : 최석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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