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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봉교 - 주천장 가는 날
    시(詩)/서봉교 2016. 2. 14. 17:52

     

    고추 몇 근 머리에 인 엄마 손잡고

    시오리 길 오일장 가는 날

    푸진 손 발걸음에 들뜬 마음

    흙먼지 나는 신작로를 걸으면

    두릉 강가의 방앗간 앞에서

    중방을 지나 명마동 걸 널 때 나룻배 타고

    북적북적 한 장터 입구에 오면

    서로 고추사려는 장사꾼들의 거간居間 질

     

    고추를 팔아야 장을 보지

    적당한 정선상회에 팔아 버리고 후덥지근한 장터 한 바퀴 돌으면

    엄마냄새는 누런 종이 쪼가리에 싸인 고등어 내음

    5일 만에 왔으니 살 것도 많겠지만

    고무신 몇 켤래 난전(亂廛)에서 고르다 놓아 버리고

    왕방울 눈깔사탕 하나면 만족하는 것을

     

    우시장 간 아부지 오기 전에 먼저 집을 향하고

    돌아오는 길 구누터에서

    사주지도 못할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던 시절

    어린 송아지 사오시던 큰아버지가

    데려가서 백오십 원짜리 자동차를 사주고

    어미 떨어진 송아지 뒤를 제방堤防 둑 따라 걷던

    멀리 다래산 산머리는 시멘트회사에서 상고머리로 깎아 버리고

    엄마 손 잡고 다니던 비포장 길

    이제는 참 오래 되었다

     

    승용차 놓고

    어머니랑 걸어서 다시 가고 싶은 주천 5일장

    주천일장 :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1일, 6일에 서는 오일장 

    주천우체국 우측 도로 골목 안쪽, ​주천농협 뒤편에 있는 다하누촌 주차장 자리를 정비하고 보도블록을 새로 깔아 장터를 새로 조성했다

    주천면은 '술이 샘처럼 솟는다'는 술샘의 전설을 간직한 고장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술 좋아하는 사람이면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가 실려 있다.

    술이 샘솟던 술샘에서는 특이하게 양반이 가면 청주가 나오고, 천민이 가면 탁주가 나왔다고 한다.

    한번은 청주를 마시고 싶었던 천민 하나가 양반 옷을 입고 술샘에 가서 청주를 기다렸는데 탁주가 나오더란다.

    화가 난 천민은 그 자리에서 술샘을 망가뜨렸고, 그 후로는 술 대신 물만 솟아나더라는 이야기다.

    (그림 : 한천자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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