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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새벽 해장국집에서시(詩)/서봉교 2016. 2. 14. 17:48
방금
누가 급하게 조반(朝飯)을
들고 간 자리
나도 앉아서
해장국을 청한다
물은 셀프니
가져와야 할 것이고
식당 가득 찬
손님들도 가지가지
추리닝에 슬리퍼 신은 놈부터
갓 결혼한 젊은 부부들
어젯밤 변칙으로 첫날밤을
치룬듯한 녀석들
쉰은 넘어 보이는 데
외박한 것 같은 그들
머리엔 쥐집을 짖고
공사판에 나가야 하는 인부들까지
모두들
끓는 해장국 보다
더 뜨거운 가슴에
연료를 쏟아 붇고는
영하의 아침
칼바람 부는 식당 문을 나서면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어젯밤 주말일 들은
뒤로 하고 그렇게 가는 거야
만나고 떠나는 게
기약이야 있을까만은
그래도
미련이 500원 만큼 이라도 있다면
나 말고
또 다른 내가
다음 주말 아침에
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서
해장국을 청하리라
아줌마!
여기 콩나물 해장국 하나요.
(그림 : 이용환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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