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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왜 이렇게 얼었어시(詩)/이향아 2018. 10. 16. 02:08
왜 이렇게 손이 얼었어, 그가 물었을 때
대답 대신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만인가, 이 따뜻하고 간간한 액체
왜 얼었을까? 나는
왜 얼어서 늦가을 억새처럼 서걱거릴까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혼자 뒹굴까
시끄러운 세상, 궂은 날씨
촉새 참새 알을 까는 잔 근심 때문인가
얼어 있는 것은 손만이 아니다
사는 일 갈수록 주눅이 들어
터진 입 열린 귀도 봉해 버리고
통째로 돌아앉아 짓눌리는 일
돌아앉아 벼랑 깊이 빠져드는 일
그래도 가끔가끔 물어주면 좋겠다
왜 이렇게 손이 얼었어
대답 대신 한바탕 짭짤하게 울고 싶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오래오래 울고 싶다
(그림 : 권대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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