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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콩나물을 다듬으며시(詩)/이향아 2017. 7. 6. 23:18
콩나물을 다듬으며
나는 나란히 사는 법을 배운다
줄이고 좁혀서 같이 사는 법
물 마시고 고개 숙여
맑게 사는 법
콩나물을 다듬으며
나는 어우러지는 적막감을 안다
함께 살기는 쉬워도
함께 죽기는 어려워
우리들의 그림자는
따로 따로 서 있음을
콩나물을 다듬으며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쓸데없는 것들
나는 가져서 부자유함을 깨달았다
콩깍지 벗듯 던져버리고픈
물껍데기뿐
내 사방에는 물껍데기뿐이다
콩나물을 다듬으며 나는 비로소
죽지를 펴고 멀어져가는
그리운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그림 : 고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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