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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군불을 때며시(詩)/이향아 2017. 3. 19. 01:44
삼태기 그득 식은 재를 퍼내고
아궁이 앞에 낮게 앉으니
그립다
성냥불 그어서 군불 지펴본 지 오래다
역풍에 밀리는 연푸른 연기
참나무 장작이 덜 말라서
매캐한 그 연기에 울어본 지 오래다
송진내 방고래가 터지게 두고
구들에 등 붙이고 달을 내다볼 꺼나
불에 되쐰 흰 달이 상기한 얼굴로
아리한 어지럼증 휘말려 들지라도
풀무질에 맵겨 타는 소리 들어본지 오래다
오래된 것은 하나씩 잊혀지고
새로 나온 것들은 낯이 설어
너풀너풀 끄름이 기어 나오는
아궁이 앞에 퍼버리고 앉아
공연한 일로
시간을 죽여본 지 오래다(그림 : 이범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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