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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나무는 숲이 되고 싶다시(詩)/이향아 2016. 6. 20. 20:21
나무는 나무로,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초록에서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고
키가 클수록 휘청거리는 다리
살아가는 일은 휘청거리는 일이라고
타고난 뿌리만큼 어깨를 추스르고
타고난 기운만큼 얽어서 견딥니다
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습니다
바위나 언덕이나 벼랑이거나
지금 어디로 다리를 뻗을 것인지
담쟁이와 칡넝쿨이 잡아당겨도
함께 살다가 함께 죽자
누구를 내쫓거나 돌려세우지 않습니다
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은 꿈
그 꿈 하나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림 : 강윤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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