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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물새에게시(詩)/이향아 2014. 9. 6. 18:35
갈매의 바다
멀고도 깊은 눈
사랑을 지키던 천신들도 죽으면,
나도 죽으면 그리로 가서
소금바다 눈물 몇 방울
그 바다에 섞으리.
물새야, 물새야
너는 좋겠다.
내 평생 멍든 속병
눈빛을 겨냥하는 일
나를 보는 은총 앞에 마주 서는 일.
눈부셔, 눈부셔라.
수평선 골목길로 스며드는 일.
물새야,
제 신명에 춤이라도 추는 것아
나를 데려다가 파도 위에 띄워다오.
그 사람이 돌아오는 날갯소리 바람소리
기다림의 귀밝은 그물은 그만 걷고
허허로운 바다 그 과녁에
취하여 아득한 검불 하나,
검불같이 가벼운
물새나 되어 뜨게,
흐느적거리게 나도,
끼룩거리게.(그림 : 김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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