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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어제는 비가 왔었다시(詩)/이향아 2014. 3. 18. 18:59
어제는 비가 왔었다.
간직했던 사랑을 모두 털어서
비는 흙 속에 피처럼 스미더니
오늘 아침 눈을 뜨는 수수꽃다리
맑게 흔들리는 옆모습이 되었나.
꽃이여,
이제는 입을 열어 말하려는가
다 지난 일이라고.
걸어가는 음계의 옥타브마다
노역의 발바닥은 숨을 뽑아 올리고
저 하늘 자락을 깊게 물들이면서
소금가루 날리는 한낮 일광에
머리칼 억새처럼 흩날리게 둔다.
어제는 비가 왔었다.
그 비에 나도 봄흙처럼 젖어
오늘 아침 늦게 피는 수수꽃다리
한 사흘 날아가는 물무늬나 되련다.수수꽃다리 : 라일락의 순수 우리말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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