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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 걷다가 멈추면시(詩)/시(詩) 2018. 9. 16. 20:32
걷다가 멈추면 당신이 쏟아졌다
쏟아진 당신은 밀가루 풀처럼 희멀건 했다
식물원에서 진고개까지 걷다가 멈추면
늦은 봄이었다 두 번의 겨울이 가고
청계천에서 발꿈치가 갈라졌다
백태 낀 발꿈치를 보면서 당신은 한참을 웃었다
걷다가 멈추면 손바닥에 꽃씨가 흥건했다
먼 곳까지 날아간 당신을 주워와 책갈피에 꽂았다
걷다가 멈추면 옛날의 계절이 쏟아졌다
걷다가 멈추면 별비처럼 당신이 흘러내렸다
(그림 : 박지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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