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권 - 아카시아 누나시(詩)/송진권 2018. 8. 13. 15:01
빨간 고무 다라이 가득 물 받아놓았다
희고 보동한 손 소매까지 걷어붙인 아카시아 누나
향기로운 아카시아 비누로 차례차례
솔이라든가 참이라든가 하는 동생들을 씻긴다
귀 뒤에 때 좀 보라고
까마귀가 아저씨 하겠다고 찰싹 등을 때린다
개구쟁이 막내 산초나무는 저기 덤불에 가 숨었다
들일 나간 엄마 아빠 오시기 전
저녁도 지어야지
낮 동안 빨아 널은 빨래도 개야지
이불도 시쳐야지
그래도 낯 한 번 찡그리지 않던 아카시아 누나
아카시아 누나는
산을 몇 개나 넘어서
시집을 갔다더라
울며 울며 갔다더라
흰 구름 기저귀 빨아 널 때마다
두고 온 집 그리워 운다더라
뻐꾸기 울음으로 운다더라
동생들 엄마 아빠 그리워 운다더라
(그림 : 이혜민 화백)
'시(詩) > 송진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진권 - 아궁이 들여다보기 (0) 2019.04.10 송진권 - 챙이질하는 소릴 들어라 (0) 2018.08.23 송진권 - 살구가 익는 동안 (0) 2018.08.02 송진권 - 죽은 듯이 (0) 2017.07.14 송진권 - 살구나무 당나귀 (0) 201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