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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챙이질하는 소릴 들어라시(詩)/송진권 2018. 8. 23. 10:40
굉일이구 쉬는 날이라
대근해서 느지막이 일어나
입이 찢어지게 하품하고는 담배 하나 피워 물고
문종이 찢어진 데로 들어오는 햇빛에 먼지 날리는 거나 보다가
두엄 더미 앞에 나앉은 어머님이 챙이질하는 소리를 들어라
탑세기는 탑세기대로 까불러 내보내고
알곡은 알곡대로 안쪽에 오르르 모아
광목 자루에 쏟아붓는 소릴 들어라
후후 불어 티검불도 날리다가
모여든 닭들에게
훠어이 이누무 달구새끼들
욕도 시원하게 내밷으시고
사대육신 육천 마디가 움직여서
광목 자루 하나가 가득한 들깨가 되었으니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우냐
위디 가서두 남의 눈에 날일 하지 말구
남 궂게 하믄 그대루 돌아오는 겨
챙이 같어야 하는겨
탑세기는 걸러낼 줄두 알구
알곡은 속 깊이 지닐 줄두 알아야지
그래그래
돌아가신 어머님이 두엄 밭 앞에 쪼그려 앉아
챙이질하는 소리를 들어라
수건 벗어 툭툭 털고 들어오시며
밥 먹구 자거라 하는 소릴 들어라챙이질 : 농기구 "키"를 사용하는 일. 챙이는 키의 충청도 말
탑세기 : "솜먼지"의 충청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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