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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림 -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시(詩)/허림 2018. 7. 23. 19:34
산꾼 김씨도
땅꾼 장씨도
장마당 어귀 상남집 불판을 끼고 앉아 곰장어를 굽는다
흐린 하늘 탓에 먼 바다 해풍을 맞은 소금기가 그리운 것이다
일찍 좌판을 접고 대포집에 앉아 내일 인제장을 부르는 것이다
속내의 정여사는 할머이 빤스 석 장으로 마수걸이하고
신발장사 변씨는 장화와 농구화 두 켤레로 오전 장을 마치고
연장꾼 박씨는 호미 낫 몇 자루 팔고
골목식당 국밥집에 앉아 속을 달랜다
흐린 하늘같은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간간히 면회 온 가족들이 산양처럼 기웃거린다
낯선 곳에서 낯설게 보이는 것들
바람에 비가 들이치고
안개는 백동수처럼 진동 먼 산막으로 든다
뒷골목 처남댁에서 곤달걀을 먹는다
꺼림직했던 처음은 어디가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없어 못 먹는다
종묘사 처마 밑에서 어론댁이 부쳐주는 메밀전병은 얼큰하다
주모에서 나앉은 상남댁은 맵니 짜니 궁시렁 대다가
아침가리 최씨가 차고 온 돌배주 탓에
웃을 때 마다 문내가 났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간드러지는 노래가락이 자꾸만 새어나왔다
(그림 : 김남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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