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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단단해지는 생이 있다
오래 묵을수록 장작개비처럼 썩지 않는 말이 있다
광 바람벽에 걸어 둔 북어
할 말 많아 아직도 다물지 못하는
당신, 그 속에 걸어 둔 말들 그렇겠다
말도 쌓이면 돌처럼 단단해지는 것인데
얹힌 듯 답답하다는 말이 그럴 것이고
죽이라느니 지긋지긋하다느니
부대끼며 살아온 마음 바람벽을 바라보다가
비쩍 마른 북어를 꺼내
퍽퍽 두들겨 팼다
날은 자주 흐렸지만 눈이 오지 않는 섣달 겨울이었다
(그림 : 김정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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