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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림 - 그늘에 누운 잠시(詩)/허림 2018. 7. 23. 19:30
적삼 등줄기에
땀이 흘러간 자국이 선명하다
콩밭 애벌김매고 나온 등허리에서
한 짐 쪄낸 술빵 내가 났다
목마르다며 막걸리에 감미를 풀어
밥 한그럭 말아 드시고
뒤란 평상 위 그늘 속에 든
적막한 대낮
둥글게 웅크린 잠
파리가 얼굴을 비벼대고
매미의 울음이 맴돌다가도
하릴없다는 듯
지금은 세상모르고 어느 강을 건널까
호박이 열고
옥씨기가 차고
감자가 알이 드는
여름 한 낮이
그늘 잠 속에서 게으르게 식었다
(그림 : 구병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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