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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월광곡 (月光曲)시(詩)/이태수 2018. 7. 10. 13:05
제 발치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벽오동나무, 커다란 잎사귀에
노 저어 내리는 달빛
오래 기다린 그 사람 올 것만 같아,
그 발소리 나직나직 다가서듯
들리는 것만 같아
하염없이 달빛 끌어당겨 그러안는다
잦아들듯 젖어 오는 풀벌레 소리,
서늘한 바람 소리
벽오동나무가 비단을 짠다
달빛과 풀벌레 소리로 비단을 짠다
밤 이슥토록 제 홀로 비단 자락 펼쳐 낸다
그 사람 끝내 안 돌아와도
먼 데로 영영 떠나 버렸을지라도
그리운 마음, 달빛, 풀벌레 소리 엮어 짠다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벽오동 잎사귀에 내린 달빛 촘촘한
비단 한 필, 그 사람 더듬어 펼쳐 올린다
(그림 : 조선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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