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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구름 그림자시(詩)/이태수 2018. 4. 8. 10:50
구름 그림자가 지나간다
뒤뜰의 낡은 벤치에 앉으면
아득하게 잊힌 기억 몇 가닥,
애써 잊으려했던 몇 토막 기억이
구름 그림자 따라 얼비치다 사라진다
벼랑 끝에 선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저만큼 다가오다 멀어진다
어디선가 새들이 맑게 지저귀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듣기만 한다
떠나면 안 돌아오는 강물과
앞으로만 가고 있는 세월의 뒷모습
그런데도 오늘은 왜 이리도
까마득하게 잊었던, 그렇게도
애써 잊으려고만 했던 기억들이
마음 흔들어 글썽이게 하는지, 왜
그 기억들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뒤뜰의 낡은 벤치에 앉아 덧없이
구름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림 : 김성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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