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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문상직의 양 떼시(詩)/이태수 2018. 4. 8. 10:34
문상직의 양 떼는 오랜 세월 동안
구름밭 아래 노닐고 있습니다
산허리에는 비단안개,
구릉을 감싸고도는 초원에는
뉘엿뉘엿 해 기울고
저녁놀이 새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면
양 떼 따라 나서던 내 마음에도
슬며시 보랏빛이 끼어듭니다
박목월이 아끼던 책보자기보다
수만 배나 넓은 보랏빛 보자기가
하늘과 구릉들 사이에 펼쳐집니다
문상직의 양 떼와 함께
저물녘 구름밭 아래 서면
신비스런 숨결이 아주 가까워집니다
시름 내려놓고 그 너머로 갑니다
나는 보랏빛 꿈 속에서 한동안
한 마리 어리고 순한 양이 됩니다
(그림 : 문상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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