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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골목 저쪽시(詩)/김완하 2018. 5. 11. 17:44
자주 다니던 골목 저쪽
또 하나의 길 있었다
막다른 골목으로 쉽게 발 닿지 않았으나
내일, 내일로 미루며
잔잔히 호기심 키우고 있었다며칠 전 그 길이 막혔다
거칠게 발라놓은 시멘트
이제 넘어야 할 벽이 되었다
내 앞에서 길 하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오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등을 내밀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순간
길 하나 베일 속에 묻히며
비로소 내 안으로 깊숙이
뿌리를 뻗고 있었다그 길 오갔을 많은 발자국 떠올렸다
누군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골목 빠져나갔을 것이다
또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가
다시는 걸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길.
(그림 : 송금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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