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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완하 - 강경에서
    시(詩)/김완하 2017. 10. 13. 12:38

     

    그대 사는 일 시답지 않거든

    훌쩍 강경으로 떠나오게

    일마다 뒤얽혀 삶이 시들해지거든

    포구 내려 보이는 옥녀봉으로 올라오게

    우리 사는 일과 저무는 일 여기 다 있으니

     

    천년의 금강을 잇는 물살이

    힘차게 강경포구 휘돌아가고

    너른 황산벌 말발굽소리 살아나

    저녁노을 받아 이마 가득 이고 서면

    번창했던 옛 포구 아우성도 깨어나

    수백 척 만선의 깃발 나부낄지니

     

    그대 일상의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포구에 쌓이는 저녁노을 바라보게

    폭폭한 삶의 신맛 쓴맛도 곰삭아

    젓갈 골목마다 단내로 피어나리니

    하루의 곤한 시간 다 풀어내

    노을 속 포구로 걸어가 보게

     

    쉬지 않고 이어가는 금강은

    그대 가슴 속에도 물길 하나 열어

    노을 속 시간 따라 힘차게 흘러갈 것이니

    하루의 끝이 와 저무는 옥녀봉에 서면

    생의 순간에 닿아 열리는 강경의 푸른 심장

    우리 사는 일과 저무는 일 여기 다 있으니

    (그림 : 정의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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