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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 남누리 북누리 아름다운 남북누리시(詩)/하종오 2018. 5. 2. 12:03
봄이 남누리에서 북누리로
올라가면서도 초록빛 붐으며 올라가
묏구비마다 무더기로 풀꽃을 피우며
햇볕과 물을 풀어놓지만
이 땅에 내릴 커다란 녹음을 그리며
우리들은 뜨거운 여름을 산다.
가을이 북누리에서 남누리로
내려오면서도 단풍잎을 뿜으며 내려와
골굽이마다 일시에 잎새를 떨어뜨리며
그늘과 바람을 깔아놓지만
이 땅에 솟을 수 많은 아지랭이를 기다리며
우리들은 차가운 겨울을 산다.
이렇게 한반도에는 사시사철이 이어져
몇 백 몇천 년이 끊어지지 않는 하루하루이니
그 나날에 비록 온 천지를 가지진 못해도
우리들 태어나면서 형제로 태어난 우리들
이 나라에서 남누리 북누리 아름다운
남북누리가 한누리 될 때까지 살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청산에 사월에 죽은 넋이 묻히지 않았고
오월에 죽은 넋은 사람마다 떠돌아
일년 열두달 죽음의 시절이 끝나지 않았으니
이제는 남북누리에 온몸을 주고
흙과 풀부리를 끌어안은 국토에서 우리들은
어우러지면서도 황토빛을 뿜으며 어우러져
춘하추동 향그러운 남누리 북누리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림 : 박희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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