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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도 정짓간도 다 짜부러져
차라리 폭삭 무너져버리면
보는 사람이 더 맘 편할 집
방이 궁금해 잠깐 들어갔는데
퀴퀴한 윗목에 나이테가 찍혔다
창문 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다
천장이 샜던 모양이다
속엣말 꺼낼 새도 없이 빗물이 줄줄줄
방바닥에 흥건했을 것이다
축축한 시간이 마르기도 전에
빗물은 또 들이쳤을 것이고, 줄줄줄
새는 천장을 버티며 집은
파리모기와 먼지와 빗물로 저렇게
반 잘린 나이테를 지어냈을 터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채 마르기도 전에
줄줄줄 샜을 내 몸 속 어딘가에도
저런 나이테가 찍혔는지
짜부라진 창문 너머에 핀 목련꽃
송이송이 눈이 시리다(그림 : 전성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