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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초 - 나이테
    시(詩)/이병초 2018. 4. 20. 11:16

     

    문짝도 정짓간도 다 짜부러져
    차라리 폭삭 무너져버리면
    보는 사람이 더 맘 편할 집
    방이 궁금해 잠깐 들어갔는데    
    퀴퀴한 윗목에 나이테가 찍혔다
    창문 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다
    천장이 샜던 모양이다
    속엣말 꺼낼 새도 없이 빗물이 줄줄줄
    방바닥에 흥건했을 것이다
    축축한 시간이 마르기도 전에
    빗물은 또 들이쳤을 것이고, 줄줄줄
    새는 천장을 버티며 집은
    파리모기와 먼지와 빗물로 저렇게
    반 잘린 나이테를 지어냈을 터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채 마르기도 전에
    줄줄줄 샜을 내 몸 속 어딘가에도
    저런 나이테가 찍혔는지
    짜부라진 창문 너머에 핀 목련꽃
    송이송이 눈이 시리다

    (그림 : 전성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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