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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단속(斷續)시(詩)/전영관 2018. 3. 21. 23:16
하늘은 저도 제 속을 모르겠는 사춘기
한 귀퉁이 말갛고 반대편 매지구름 을근거린다
골몰하느라 사위가 자욱하다
나무마다 초록을 꺼내는 속도가 다르다
조숙하게 야린 이파리들은 흔들린다 머뭇거리느라 조막손을 내민다
긴 울음의 끝은 고요하고 파탄 뒤에 오는 것들은 애틋하다
물웅덩이에 고여 맴도는 꽃잎들
박새가 물고 날아가는 한낮의 적막
곁을 얻지 못하고 그늘에 홀로 살림 차린 진달래
산벚나무 꽃잎 날린다 민들레 몇 밟았으니 비긴 셈이라고 바람을 앞세운다
대답없이 오래 안아 있었다
하늘은 여전 제 속도를 몰라 서쪽으로 당황한 빛 역력하다
이른 노을은 내진(內診)을 기다리는 여인의 안색이다
사랑을 아느냐고 누가 물으면
천지간 그리 독한 게 있더라고 울 것 같은 4월이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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