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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 오래된 나무들시(詩)/전영관 2018. 3. 21. 22:30
봄눈은 젊어서 비탈 버거운 줄 모른다
맥문동 푸른 것들만 몸을 뒤챈다
도무지 올라올 수 없는 비탈인데
시장기는 걱정보다 힘이 세서
한 끼니 거르면 한 걸음 먼저 가게 된다고 무릎이 채근한다
노인복지관 식당은 만원이다
훈김은 내려가기 근심스런 바깥을 지운다
매운 것 빼달라고, 미역국 더 담으라고
누룽지는 잘 물렀는지 헐렁한 웃음으로 재차 묻고
한 상 받아 아는 얼굴끼리 모여 앉는다
점심 한 끼니 넘기는 모습이 지극하기도 하고
깊어지는 입가의 주름들이
시장기를 앞세운 빚쟁이들 같기도 해서
사람이란 존재가 늙도록 젊은 나무였으면 했다
그칠 줄 모르는 창밖 눈발을 바라보다가
조금씩 더 담느라 모자라는 반찬을 걱정하다가
누가 누구에게 자원봉사하는 중인지 마음도 미끄러진다
(그림 : 권오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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