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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내 생의 봄날은 ?시(詩)/박상천 2018. 3. 13. 12:24
'내 생의 봄날은 간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캔이 노래를 부른다.
내 생의 봄날?
그래, 내 생의 봄날은 언제였을까?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비던 때였을까?
두 주먹으로 또 하루를 겁 없이 살아가던 때였을까?
아니, 내게는 그런 날들이 없었지.
그렇다면,
시린 고독과 악수하며 외길을 걸어오던 때였을까?
아니, 그런 날들도 내겐 없었지.
그렇다면,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하던 때였을까?
글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있었나?
그렇다면,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 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던 때였을까?
그런 그런 때는 있었지.
그때가 봄이었을까?
그때는 여름이라 할 수 있지 않나?
내 생의 봄날이 어떤 때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내 생의 봄날은 그렇게 가버리고 없다.
(그림 : 정희승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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