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면손수건 한 장,
세탁기 속에서 표백되어 가는 것과 같다.
빳빳했던 분노의 풀기와
슬픔의 소금기,
함께 넣어두었던 만년필에서 묻어나온 사람의 흔적과
그 손수건의 가에 둘러진 파아란 선(線)의 기쁨
모두 시간의 세제(洗劑)에 의해 점차 씻겨지고 표백되어
우리는 드디어 닳고 닳은,
닳고 닳아
얄팍해지고 성글어지면 면손수건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그림 : 강연균 화백)
'시(詩) > 박상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상천 - 내 생의 봄날은 ? (0) 2018.03.13 박상천 - 적산거리 126,824km (0) 2018.02.15 박상천 - 작취미성(昨醉未醒)의 봄날 아침 (0) 2018.02.07 박상천 - 그리움 (0) 2017.07.11 박상천 - 복권 가게 앞에서 (0)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