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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확 - 끝나지 않는 시간시(詩)/시(詩) 2018. 1. 22. 00:54
비록 아주 늦는다 해도
서릿발 성성한 이 밤을 지나, 십 년
아니 그보다 세월이 더 흐른다 해도
그대 정녕 안녕만 하다면
그저 막막한 예감이 아니라
꼭 온다는 확신만 선다면
내 외롭지 않으리, 아무리 힘에 부쳐도
저 불 켠 그리움의 택시가
자꾸만 초조해진 기다림을 배반한 채
다른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더라도
내 미워하고 탄식하는 일조차
오래 사랑하리, 위로받을
단 하나의 별빛마저 어두워져
날 밝은 세상 속으로
저 혼자서만 야속하게 합세해가도
천 길 절벽의 진달래처럼 홀로 붉으리
못내 꽃피는 그날이 최후인
대꽃 같은 운명이라고 해도
더딘 그대의 소식 원망하지 않으리
끝끝내 살아만 온다면
그리하여, 이 못 믿을 내 마음 안으로
그대 구원의 초인종 소리 한 번
아주 길게 울려줄 수 있다면(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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