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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다
돌돌 엉겨 붙은 김밥 질겅 문다 못난 년 꿀꺽,시외버스 터미널 매표소 앞에서 되돌아 온 년 꿀꺽,
십리도 못가는 년 꿀꺽,
넝쿨넝쿨 굴러온 것들 꿀꺽, 명치끝에서 엄마가 꿀꺽, 울컥
냉장고 속 묵은지 송송 썰어 프라이팬 위에 볶고도톰한 계란말이 길게 썰다 눈물이 난다
울 엄마도 그랬지, 시집살이 고달픈 날 아무도 몰래 딱 한 잔 했잖우,그래요 그래요 시집살이 끝나던 날, 울 엄마 다시 못 올 먼 길 가던 날.
대청마루에 박바가지 엎어놓고 박살내더니 묵은 속내 다 내렸잖수.
이제는 뇌졸중으로 자리보존하고 누워 울 일 없잖우
천천히 먹어라 아가, 넌 늘 체기가 있을게다
내 밥숟가락 위 묵은지 얹어주시던 울 엄마
묵은 엄마(그림 : 하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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