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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확 - 나는 오래 전에도 여기 있었다시(詩)/시(詩) 2018. 1. 22. 00:56
누가 이 깊은 밤 핸드폰 벨을 다급히 울리나
나 한 순간도 수꿩 울음 끊이지 않은 사월의 뒷동산
금세 피었다 지는 개나리꽃이나 그 울타리 아래
수줍게 고개 내민 제비꽃처럼 그렇게 너와 함께
질긴 그리움의 천을 짜며 노래하고 있었거늘누가 슬피 울며 어디로 날 찾아다니는가
네 집앞 은행나무 사이 나트륨 가로등처럼 그렇게
곧잘 술 취해 담벼락을 더듬으며 귀가하곤 하는
너의 모습을 가만 지켜보며 여기까지 왔거늘아, 그러나 어느새 이리 늙고 병들고 눈먼 것,
오늘 다시 너와 마주앉아 오래 아파하는 것
그 어떤 몸짓 하나 너와 무관하지 않거늘급기야 그 누가 잠긴 방문을 차고 들어오려는가
피할 수 없는, 피해갈 수 없는 세월 속에서
오래 전에도 나는 여기 있었고,
앞으로도 차마 떠나지 못해 여기 남아있을 것이거늘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오직 너는 나의 너였거늘(그림 : 김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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