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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비겁은
비겁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만 죽죽 낳았다뼈 속까지 가난한 비겁의 계단꽃잎이 쌓였다 비가 내렸다
팔 다리 떼어주고 아직 살아있다간 쓸개 떼어주고 아직 살아있다계단 위에 비들이 다다다다 비겁을 속기하고 지운다비겁은 비겁 쪽으로만 기울어진다기울이고 보는 풍경들이 우르르 쏟아진다기울여진 말을 디디고 바로 설려고 안간힘이다찢어진 입이 귀에 걸리고 관자놀이 한쪽이 경련한다한 바퀴 빙글 돌아 바로 서는 전광판처럼비겁은 금방 제자리를 찾는다가까이 다가가면 보이지 않는다한 발짝씩 물러나면 보인다철꺽 현관문 잠기는 소리가 감금에서 잠금으로바뀌는데 반세기가 걸렸다줄곧 나를 홀대하던 비겁이바닥에서 나를 살리고 있었다는 것이제 알겠다비겁은 나의 힘비겁은 감출 수 없는 나의 피(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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