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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선 - 생활의 발견 2시(詩)/시(詩) 2018. 1. 17. 19:52
감자의 싹은 눈에서 나온다
움푹 들어간 눈을 찾아 쪼개 심으면
수도 없이 하얗게 꽃을 피운다
상처의 힘이다
고구마는 줄기를 길게 누이고 잎만 세우면 된다
젖은 뿌리를 내려 잎이 되살아나면
고구마는 꿈처럼 영근다
한몸에서 여러 형제가 나오지만
나는 늙으신 어머니 몸에서 전혀 흙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흙과 하나 되어 계신 모습을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다
씨를 뿌려 싹이 나면 보람이 얼마인지
영글어 수확하면 그 기쁨 얼마나 큰지
돈이 얼마인지만 헤아릴 뿐이었다
이제 적잖은 나이가 되어 땅을 일구니
나 얼마나 어미 가슴에 못을 박았는지 조금은 짐작된다
내가 부른 노래는 꼭 그만큼의 어머니 눈물이었다
어머니 이제 그 노래 들으시며 살며시 미소 지으신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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