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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자 - 그때 나를 알게 하소서시(詩)/시(詩) 2018. 1. 15. 22:01
물을 얻기 위해 샘에 가면
샘물을 길어 올립니다 그때
샘물만 길어 올리지 말고
향기도 같이 길어 올리도록 하소서
갈 곳을 가기 위해 길을 걷습니다 그때
길의 목적지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의 목적지도 함께 생각하게 하소서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에 올라갑니다 그때
나무의 열매만 따지 말고
내 이름의 열매도 많이 얻게 하소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을 오릅니다 그때
산을 오르는 고통만 참지 말고
내 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도록 하소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찻집에서 기다립니다 그때
친구만 기다리지 말고
내 마음이 참으로 만나고 싶은 것도
같이 기다리게 하소서
차를 운전하기 위해 도로 표시판을 봅니다 그때
도로의 표시판만 보지 말고
내 생각의 표시판도 같이 보게 하소서
반짝이는 별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밤하늘을 봅니다 그때
별만 찾지 말고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내 희망도 찾도록 하소서
비가 올 것인가를 알기 위해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때
구름만 보지 말고 내 삶에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하소서(그림 : 김복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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