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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내 속에 파란만장시(詩)/김선태 2017. 12. 18. 23:31
내 속에 파란만장의 바다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썰물이 지네.
썰물이 지면 바다는 마음 밖으로 달아나
질펀한 폐허의 갯벌 적나라하네 상처가
게들처럼 분주히 그 위를 기어다니네
찍힌 발자국들 낙인처럼 무수하네
소나기 내리면 갯벌이 제 검은 살점을
잘게 뜯어내며 오열하는 것을 보네.
밀물은 만(灣)처럼 깊숙이 파인 가슴속을
철벅이며 오네 잘 삭은 위로처럼
부드럽게 갯벌을 이불 덮네
그러나 내 속에 밤이 깊을 대로 깊어서
만조가 목까지 차올라 울렁,
울렁거릴 때 별안간 무서운 해일이 일어
마음의 해안선 전체가 넘치도록 아프네.
내 속에 파란만장의 바다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이 드네
(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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