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재도를 아시나요
목포에서 뱃길로 꼬박 다섯 시간
서남쪽 망망대해 한가운데 가물거리는 섬
하도나 멀어서 ‘먼데섬’이라 불렸다는
외지고 막막한 만재도를 아시나요
배편이 드문 시절
한번 육지에 나갔다 돌아오면
일주일 혹은 한 달이 속절없이 흐르고
풍랑을 만나 아예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데
하여 육지가 더욱 사무치게 그리웠다는데
논이 없어 쌀 한 톨 구경할 수 없었고
전기가 없어 불을 밝힐 수도 없었으며
병원이 없어 그냥 생을 마감했다는데
분교마저 문을 닫고 문맹으로 돌아앉았다는데
그저 거울처럼 맑고 푸른 바다와
그 속에서 무구하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아직도 순박한 인심을 간직한 사람들이
무슨 슬픈 운명처럼 어울려 살아가는
아득히 아름다운 만재도를 아시나요
(그림 : 정인성 화백)
'시(詩) > 김선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선태 - 달의 보폭 (0) 2019.05.20 김선태 - 풍경은 공짜다 (0) 2018.09.20 김선태 - 낙월도 (0) 2018.06.09 김선태 - 내 속에 파란만장 (0) 2017.12.18 김선태 - 길의 외출 (0) 201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