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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다정다한 다정다감(多情多恨 多情多感)
    시(詩)/박성우 2017. 10. 23. 22:43

     

    내 어머니도 김정자고 내 장모님도 김정자

    내 어머니는 정읍에서 정읍으로 시집간 김정자고

    내 장모님은 봉화에서 봉화로 시집간 김정자다

    둘 다 산골짝에서 나서 산골짝으로 시집간 김정자다

     

    어버이날을 앞둔 연휴가 아가운 터에

    봉화 김정자와 함께 정읍 김정자한테로 갔다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를 위해

    고등어가 든 도톰한 보자기를 챙겼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를 위해

    시금시금 무친 장아찌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 내외에게

    장판과 벽지를 새로 한 방을 내주었으나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 방으로 건너갔다

    혼자 자는 김정자를 위해

    혼자 자지 않아도 되는 김정자가

    내 장인님을 독숙하게 하고

    혼자 자는 김정자 방으로 건너가 나란히 누웠다

     

    두 김정자는 잠들지도 않고 긴 밤을 이어갔다

    두 김정자가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 소리는

    아내와 내가 딸과 함께 자는 방으로도 건너왔다

    죽이 잘 맞는 근당게요그려이껴

    다정다한한 얘기를 꺼내며 애먼 내 잠을 가져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이른 아침,

    한 김정자는 쌀 씻어 솥단지에 밥 안치고

    한 김정자는 화덕불에 산나물을 삶고 있다

    (그림 : 방정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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