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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아름다운 무단침입시(詩)/박성우 2017. 9. 9. 16:45
별일은 아니었으나 별일이기도 했다
허리 삐끗해 입원했던 노모를
한 달여 만에 모시고 시골집 간다
동네 엄니들은 그간,
시골집 마당 텃밭에 콩을 심어 키워두었다
아무나 무단으로 대문 밀고 들어와
누구는 콩을 심고 가고 누구는 풀을 매고 갔다
누구는 형과 내가 대충 뽑아
텃밭 옆 비닐하우스에 대강 넣어둔
육쪽마늘과 벌마늘을 엮어두고 갔다
어느 엄니는 노모가 애지중지하는
길 건너 참깨밭, 풀을 줄줄이 잡아
하얀 참깨꽃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했다
하이고 얼매나 욕봤디야,
누가 더 욕봤는지 알 수 없으나
노모도 웃고 동네 엄니들도 웃는다
콩잎맹키로 흔들림서 깨꽃맹키로 피어난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동네 엄니들의 아름다운 무단침입이나
소상히 파악하여 오는 추석에는 꼭
어린 것과 아내 앞세우고 가 대문 밀치리라,
마늘쪽 같은 다짐을 해보는 것인데
노모와 동네 엄니들은
도란도란 반갑게 얘기하다가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나를 보면서 한결같이
여간 바쁠 턴디, 어여 가봐야 할 턴디,
그리도 밥은 묵고 가야 할 턴디, 한다
(그림 : 이종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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