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서안나 - 아주반점
    시(詩)/서안나 2017. 10. 20. 09:17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 날이면 아버지가 아주반점에서 자장면을 사주셨다

    칠성통 로터리 아주반점

    아주반점 짜장면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고였다

    복숭아씨가 주렁주렁 꿰어진 차일을 걷고 들어서면

    절룩거리는 한쪽 발로 대륙을 넘어온 왕서방이

    운동회 깃발처럼 번쩍이는 주방장 모자를 쓰고 인사를 건네곤 했다

    왕서방 요리사복 안에는 금빛 비단옷이 번쩍인다거나

    짜장면 속에서 손톱이 나왔다던가

    자장면이 맛있는 건 사라진 아이들 때문이라는 등 


    아시아의 온갖 귀신 이야기가

    간짜장처럼 꺼멓게 비벼지던 곳

    아주반점에서 짜장면을 먹고 온 날은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미끄러운 꿈속을

    조각난 야채처럼 밤새 귀신에게 쫓겨 다니곤 했다

    아시아 대륙처럼 검었던 아주반점 자장면

    자장면보다 짜장면이라 불러야 더 맛이 나던

    70년대 온갖 귀신들이

    초등학교 교실 70명 아이처럼 북적거리던 아주반점

    커다란 대륙처럼 주름지며 늙어가던 귀신들

    나는 아직도 꿈속에서 아주 반점에 간다

    (그림 : 변응경 화백)

    '시(詩) > 서안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안나 - 동지나물  (0) 2017.10.20
    서안나 - 비밀  (0) 2017.10.20
    서안나 - 편지였음을  (0) 2017.08.05
    서안나 - 고랑 몰라 봐사 알주  (0) 2017.07.27
    서안나 - 기억의 채널을 돌리지 말아요  (0) 2017.05.0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