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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 고랑 몰라 봐사 알주시(詩)/서안나 2017. 7. 27. 11:44
아주방 고랑은 몰라 마씨
이년 창시 터지는 건 직접 바사 압니다게.
이 노무새끼가예 얼마나 사람을 저들리는지 사람새끼 안될거 닮아마씨.
술 처먹어 그네 놈 자는디 강 유리창은 무사 부수아불 말이꽈게.
집에도 한한한 미깡 놔둬그네 놈이 밭 가그네 미깡은 무사 땀광.
집안에 돈 이신거 알민 그날은 어떻행이라도 돈 팡강 술을 쳐 마셩오니 요 노릇을 어떻허민 조우쿠가.
이추륵 허다그네 나가 먼저 돼싸짐적 해여마씨.
아방 어신거 불쌍허영 물질허멍 울멍 시르멍 키우당 보난 학교도 졸바로 댕기지도 안행
요보록 써보록 매날 바당에만 강 술먹곡 노래 불렀덴 햄수게.
하도 기가 막형 그 놈새끼 잡아당 물어 봐십쥬마씨.
니 무사 겅햅시니. 날 봥이라도 학교 졸바로 댕겨사 헐거 아니라. 어멍 속터졍 죽는 꼴을 봐사 니가 정신을 차릴타.
귓구멍이 왁왁하게 골아도 듣질 않헴수다게.
아이가 눈이영 헤영 헤분 게 원 정신이 아쓱 나가분거 같수다게.
바당서 죽은 아방 귀신이 씌와 부러신가예.
아주방 어떡허믄 조으쿠가.
사람이 지 팔자 타고난데 헙디다만. 저 놈의 새끼도 후제민 정신차령 잘 살아질껀가예.
고등학교라도 졸바로 졸업해야 어디 직장이라도 댕기곡 눈까진 지지빠이라도 만낭 살꺼 아니꽈게.
나사 이제 뭐 볼꺼이수과.
찬바당물에 뛰어들엉 일하는 것도 다 그새끼 하나 잘키우젠 허는 거 아니꽈게.
내 눈물로 이 제주 바당 반착을 채워수다게.
그 새끼 하나 잘 되불민 눈 곰아도 원이 어수다게.
아이고 벌써 시간이 영 되꾸나양.
어떻헙니까게 집에강 그 새끼 미와도 밥이라도 줘사주마씨.
사람하나 맨들어봐야주 마씨게.
가이한티 잘 골앙 여기 보내크메 그 아이 이디 와 시민 잘 달랭 사람 하나 만들어 줍써.
겅해도 아즈방이 이 동네선 학문 젤 많이 헌 사람 아니우꽈게.
아주방이 말허믄 들을 꺼우다게. 이추륵 부탁헴수다.
(해설)
말로해선 몰라요 직접 봐야 알지요
아즈버님 말로해선 몰라요,
이년 가슴 터지는 건 직접 봐야 안답니다.
아들 녀석 하나 있는 게 얼마나 복창 터지게 하는지 사람 되지 않을 성 싶네요.
단잠 자는 남의 집 술 취해서 유리창은 왜 부수는지.
집에 지천으로 쌓인 게 귤인데 남의 귤밭에서 귤은 또 왜 몰래 훔치는지.
집안에 돈 있는 거 아는 날이면 어떻게든 그 돈 찾아내어 밤새도록 술 마시고 들어오니 이 노릇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러다간 내가 내 명에 못살것 같아요.
애비 없는 게 불쌍해서 물질하면서 키웠는데.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고 매일 바다에 가서 술 마시며 노래만 불렀다고 하더이다.
하도 기가 막혀서 그 녀석 잡아다 물어보았죠.
도대체 너 왜 그러니. 에미 속 터져 죽는 꼴 보고 싶냐고 수천 번을 말해도
애 눈동자 허옇게 휘휘 풀어진 것이 바다서 죽은 지 애비 귀신이 들러붙었는지.
아즈버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말로만 들어서는 몰라요 봐야 알죠.
사람 팔자 다 타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고등학교라도 제대로 졸업해야 칠칠찮은 여자라도 만나 살림이라도 차리죠.
추운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다 그 녀석 잘되라고 하는 일인데. 내 눈물로 이 제주바다 반은 채웠을 거랍니다.
나야 다 산 인생이고 그 녀석 하나 잘되면 눈감아도 원 없지요.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네요.
아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네요.
가서 그 미운 녀석 밥이라도 차려줘야지요.
할 수 있나요 그래도 사람 하나 만들어야죠.
아즈버님이 이 마을서 공부도 제일 많이 헌 분이니까 아즈버님 말은 들을 꺼에요.
녀석 잘 달래서 여기 보낼테니 녀석 왔으면 말 좀 잘해주세요.
사람 하나 만들고 봐야 되잖아요.
(그림 : 이명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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