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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 기억의 채널을 돌리지 말아요시(詩)/서안나 2017. 5. 7. 00:36
기억의 채널을 돌리지 말아요.무대의 조명을 꺼버리지 말아요.
나는 당신의 추억속에서 언제나 데뷔를 시작하는 가수랍니다.
티브이를 켜고 채널을 돌리던 당신의 젊은 손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내 노래에 맞추어 박자를 짚어내던 손가락의 짧은 주파수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내 귀에서 한다발의 악보들을 빼내어 보여 드릴까요.
내 눈동자 속에 담겨진 당신의 첫사랑의 곡조들을 연주할까요.
환호와 화려한 무대조명이 아직도 내 꿈속 구석구석을 밝게 비춰요
거품처럼 흘러다니던 악극단시절 난 노래 한 소절이면 배가 불렀어요.
사랑보다 노래가 더 간절했지요.
간절한 것들은 시간을 멈추게 하지요.
넓은 무대에서 당신과 난 하나였지요.
무대에는 언제나 꽃들이 피고 서러운 계절들이 성급하게 몰려들어요.
난 더 이상 꽃이 아니듯 당신 채널을 돌리지 말아요.
내 눈가의 주름마다 당신의 추억들이 접혀져 있어요.
당신의 기억이 언제나 나를 노래 부르게 해요.
아직도 화려한 데뷔를 꿈꾸는 풋내기 가수랍니다.
나를 비웃지 마세요.
그 절정의 끝에서 나는 노래합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절정이지요
(그림 : 조석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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