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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 편지였음을시(詩)/서안나 2017. 8. 5. 13:47
어떤 날은 화사하게
어떤 날은 처절하게
어떤 날은 행복하게
또 어떤 날은 아프게
피었다 진다
어떤 날엔 우체국 가는 길에
어떤 날엔 카페 앞 화단에
어떤 날엔 비 내리는 들에
어떤 날엔 황사 머무는 동네에
어느 곳에는 무리지어서
어느 곳엔 오롯이 혼자서
피었다 진다
어떤 때는 자전거 바구니 속에서
어느 때는 신문지 안에 싸여서
잘 사느냐는 잘 살아가라는
몇 마디 안부 대신
꽃으로 피었다 진다
이렇게도 많은 말들을 꽃물이 들 듯
썼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쓰고 또 지우고
가는 심사를 정작 너는 모르더라는,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더라는
추신을 너는 왜 여지껏 읽지 못하고 있는지
꽃잎으로 떨구고 가는 마음을 어찌 너는 모르는지
(그림 : 김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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