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희 - 골방블루스시(詩)/권선희 2017. 9. 22. 22:51
자작나무 모텔과 항구다방 사이 골목에 부영식당 있는데요
그 식당 명물은 획 돌아앉은 골방이지요
사내들 지퍼 열며 드는 변소 앞이지만요
호마이카 접이상에 눅눅한 미주구리 한 접시,
얼음 서걱한 콩나물국, 늙은 호박 두툼하게 삐져 넣은 도루묵찌게 오르면요
들추는 겨드랑이마다 핀 하얀 소금꽃,
긁을수록 부풀어 오르는 슬픔도 말입니다 팽팽히 울대 세워 진한 농 한 배만 돌리면 다 엉기는
보일러 잘잘 끓는 겨울밤, 새큰한 신참이 빨간 보자기 펴고
보온병 물커피 뽀얀 김 팍팍 올리면요
낡은 꽃 만발하는 벽에 기대어
무능한 지느러미나 난무한 속설 젓가락질하던 사내들 죄다 무너지구요
불알 떨어진 시계만 아찔하게 익어가는
(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권선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선희 - 숙희 이야기 (0) 2019.07.17 권선희 - 충분한 슬픔 (0) 2019.07.16 권선희 - 가을, 구룡포 (0) 2017.09.22 권선희 - 바닷가 정류장 (0) 2017.08.05 권선희 - 춤추는 바다 (0) 2017.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