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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선희 - 충분한 슬픔
    시(詩)/권선희 2019. 7. 16. 12:01

     

    - 머구리 성평전 씨

     

    구석 탁자에 검은 물고기 한 마리

    막걸리 한 사발로 숨 고르고 있다

    반 쯤 벗어 내린 슈츠에서

    뚝 뚝 바닷내 나는 오후가 떨어지고

    마른멸치 똥 발라내는 문 밖에서

    자전거는 기울고 있다

    일흔 생 만조로 차오르도록

    장가 한 번 못 가고

    포구에 붙어 사는 목숨이지만

    바다만은 옳게 접수했노라 호기 부렸으니

    궂은 날 물질도 겁낼 수 없었다

    까짓 거 이판사판

    촌 다방 가스나 하나 들러붙지 않는 몸이지만

    실마리 아득한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했다

    머구리 : 다이버나 잠수부를 일컫는 옛말이다. 실제 제주에서는 잠수를 전문으로 물질하는 남자를 ‘머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머구리는 일본어 もぐる, 우리말로 읽으면 모구루, ‘잠수하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변형된 단어로 보인다.

    또 우리 국어사전에는 머구리를 ‘개구리의 옛말’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개구리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면 옛날에 수렵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물속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와 같아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재미있는 예로, 영어에서는 ‘수중 폭파 요원’을 ‘frogman’이라 하기도 한다

    (그림 : 김용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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