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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숙희 이야기시(詩)/권선희 2019. 7. 17. 09:39
구룡포발 대구행 아성여객 차장이었을 때
숙희는 한 마리 비둘기였다지요
빨간 명찰 말년 병장 숙박계 날려쓰던 겨울 밤
싸나이 팔뚝에 머리 파묻고
처음 날개를 벌렸다지요헐거운 여인숙 그 방을 두고
머리채 질질 반장 손에 끌려간 새벽은
세찬 바람으로 오래 울었다지요태광호도 중심 잔뜩 부풀어 돌아오는데
아무튼 포장치고 회 뜨는 쉰 살 숙희
세꼬시 썰리듯 살아도
첫차처럼 올라탔던 싸나이는
여적 내려오지 않는다지요
명치끝에 아예 눌러 붙었다지요(그림 : 최창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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