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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이 있다 구름 안장만
얹어놓아도 힘들다고
등이 푹 꺼지는 게으른 집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갑다고
방울 소리 울리는 늙고 꾀 많은 집
그래도 그것을 집이라고 나는,
생활을 고삐에 단단히 매둘 요량으로
집 앞 물가에 버드나무도 한 그루 심고
나귀가 좋아하는 호밀의 씨도 뿌렸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호밀 한 자루 팔아 거위를 사고
거위를 팔아 양을 사고
양을 팔아 구름을 사면언제 그런 부귀의 구름 위에 사는 날이 오기는 할까
벌써 버드나무는 지붕보다 높이 자라고
바람은 날마다 호밀의 귀를 간질이는데,
아직도 이런 집이 있다
해가 중천인데도 창문에 눈곱이 덕지덕지한 집
집 뒤 갈밭에 커다란 임금님 귀가 산다고 소리쳐도
들었는지 말았는지 기척 하나 없는 여전히 모르쇠의 집(그림 : 이수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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