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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잠깐 피었다 졌다
살구꽃 양산을
사지는 않고
그냥 가격만 물어보고
슬그머니 접어 내려놓듯이
정말 우리는 살구꽃이 잠깐이라는 걸 안다
봄의 절정인 어느날
살구꽃이 벌들과
혼인여행을 떠나버리면,
남은 살구나무는 꽃이 없어도
그게 누구네 나무라는 걸 훤히 알듯이
재봉틀 밟는 소리 나는 곳이 살구나무 수선집이고
종일 망치소리 나는 곳이 살구나무 철공소라는 걸 멀리서도 알고 있듯이
살구나무와 연애 한 번 하지 않아도
살구나무가 입은 속옷이
연분홍 빤쓰라는 걸
속으로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그림 : 문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