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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순미 - 자갈치 밥집
    시(詩)/손순미 2017. 8. 22. 23:48

     

     

    연탄불에 고등어를 구워주는 식당을 찾아갔다

    생선 좌판을 지나 건어물 가게를 지나

    사내 하나가 허겁지겁 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고등어가 익어가는 동안 허술한 생각을 비워가는 동안

    주인은 그에게 펄펄 끓는 시락국을 먼저 내주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지 않으려면

    국은 저렇게 뜨거워야 하는 것이다

    낯선 사람끼리 익숙한 듯 밥을 먹는다

    낯선 사람끼리 쓸쓸함을 비벼먹는다

    비린내를 풍기며 기름내를 풍기며

    어떠냐며 스스럼없이 마주 앉아 서로의 심장을 데운다

     

    고등어자반이 사천 원이라는 것

    누구나 추웠던 한 때를 기억한다는 것

    사람들은 연탄불 같은 주인 여자를 실컷 쬐고 가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식사를 마친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돌아간다

    대 여섯 평이 될까 싶은,

    연탄화덕이 간판이 그곳이 그들의 몸을 오래도록 지나간다

    (그림 : 박남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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