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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엔 늦은 저녁이 서 있다
폐타이어가 엮어진 지붕 위 설익은 꿈이 자주
바람에 들춰져도
마음들은 꼭꼭 여미고 산다
가파른 골목을 밀고 온 지친 눈들 불빛을 당기고
부엌으로 들어간 식욕은
세간을 달그락거린다
시렁 위엔 칸칸이 달빛이 포개져 있고
간고등어 한 마리 온 식구들을 구워낸다
오순도순 둘러앉은 눈빛들 한 그릇씩 비워내는 얘기에
아랫목 온 기가 올라온다
식구들 한 이불의 별빛을 덮고 자면
어둠이 풀풀 새어나오는 집집이 몇 채의 꿈을 꾼다
신발들 저희끼리 내일을 쓰윽 신어본다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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