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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질하며 추적추적 걸어왔구나
노을에 발목이 빠지면서, 빈 하늘에 버린 이름들
속에서 해진 나를 찾고, 찾으며
어허, 한 번 웃는 것인데 쓸데없이 저울질하며
여기까지, 언제나 시작인 마지막의
노을, 그 실뿌리에 감기며 문득
새빨개지는 피를 흔들어보는 것이구나, 어허
살어라 살어라 하는구나, 그래, 노을에 흥건히
빠진, 빠져있는, 이승의 발목을 건지면서
뒤돌아보면서, 기우뚱거리면서
소금기 많은 웃음을 몸 밖으로 흘려봤구나
저녁이면 사람의 서쪽이 붉도록 아픈 병
전염은 되지 않으나 여간해선, 고치기 어려운
어허,
(그림 : 양성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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