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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 다시 황혼병시(詩)/이문재 2017. 7. 25. 15:28
누추한 자신의
그림자를 어둠에 슬그머니 넘겨주는 습관
나의 서쪽과 사람의 서편은 늘 빗나가 있고
흥건한 노을, 놀빛
하루는 그렇게 타버려야
어두워지나보다 그런 순간이면
슬그머니 부끄러워진다
나와 사람의 간격이 칠흑처럼 보이지 않을 때
슬그머니 지나온 하룻길이 어처구니없어져서
죽은 피 뽑아버린 만큼 술을 퍼마신다
술을 마신 만큼 캄캄해진다
그림자 있던 자리가 쑤셔온다
(그림 : 이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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